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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기의 대학, 경쟁 넘어 연대로"…이기정 대교협 회장에게 듣는다

[교육,중등,대학,고교]
이상미 기자
작성일
26.03.11

[EBS 뉴스]

요즘 우리 대학들,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생은 줄고 지역은 사라지는 상황에서 '과연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 위기감마저 감도는데요.


AI 전환이라는 과제까지 더해진 지금, 이제는 단순히 버티는 걸 넘어, 대학의 역할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으로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VCR]


학령인구 감소·지역소멸 가속화 

대학 존립 흔드는 '구조적 위기'


이기정 한양대 총장

제30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취임


"경계 허물고 연대로"  

대학 생태계 재설계 나선다 


지식 전달 넘어 AI 플랫폼으로 

위기의 대학, 반전의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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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오늘은 이기정 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과 함께, 대학의 생존 전략과 산적한 현안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196개 대학을 대표하는 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취임 소회와 함께, 올해 가장 먼저 풀고 싶은 과제 한 가지를 짚어주신다면요.


이기정 회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 196개 4년제 대학을 대표하는 대교협 회장을 맡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고등교육 환경을 생각하면 책임감과 사명감을 훨씬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고등교육은 '삼각파도'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지역 소멸의 가속화, 그리고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의 대전환입니다. 


이 파도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대학의 존립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구조적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우리 대학들이 이 거대한 흐름을 위기가 아닌 전환의 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출발점은 대학 간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립과 사립, 대형대학과 중소대학이라는 구분이 정책과 재정지원의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연대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개방과 공유,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학위, 공동연구, 학점 교류, 연구·교육 인프라 공유를 제도적으로 촉진하겠습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아니라 '상호협력'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저는 전국의 총장님들과 지혜를 모아 대학 간 담장을 낮추고, 서로 손을 맞잡는 연결과 조정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회장이 되고자 합니다. 


대학들이 함께 연대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바뀌면서 대학은 숨통이 트인 면이 있지만, 학생들의 우려도 큽니다. 


현실적인 '안전장치'가 있을까요?


이기정 회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 등록금을 5%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약 0.075%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보면 물가 전반을 크게 흔들 정도의 변화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평균 등록금 대비 재학생 1인당 장학금 비율이 57.4%에 달해, 통계적으로는 이미 '반값 등록금'이 상당 부분 실현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와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계부를 쓰는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등록금이 한 번에 나가는 큰 목돈이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드릴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를 '3중 안전장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장학금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물론, 상대적으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까지 폭넓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등록금이 오르면 장학금 지원도 연동되어 함께 확대되는 구조를 만들고, 실질적인 가계 부담은 늘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등록금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대학이 확보한 재원이 교육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의의 질 향상, 실험·실습 기자재의 현대화,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 등 '보이지 않는 숫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변화'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이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체감도 높은 성과 중심의 정보 공개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셋째, 고등교육을 더 이상 개인 부담 중심 구조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개인의 소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공공재입니다. 


대학 재정을 등록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책임을 더욱 확대하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제대로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과, 학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균형점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가 2027학년도 이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보다 490명 늘어났는데요. 


교육 여건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기정 회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부가 2027학년도 이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찬반을 넘어, 어떻게 의학교육의 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증원을 안착시킬 것인가입니다. 


저는 세 가지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임상실습 수용 능력을 구조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한 병동에 학생 수만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병원 중심 구조를 넘어, 권역 공공병원·지역 종합병원과 연합 실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가 참여 병원에 교육수가 가산이나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실습 분산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교원 확보에 대한 별도 재정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10% 늘면 기초·임상 교원도 그에 상응해 증원되어야 합니다. 


이를 대학 자율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정부가 '의학교육 교원 확충 특별지원사업'을 만들어 일정 기간 인건비를 매칭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교육 인프라를 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확충해야 합니다. 


해부학 실습실, 시뮬레이션 센터, 가상수술 장비 등은 단기간에 갖출 수 없습니다. 


정원 1인당 표준 교육비를 산정해 시설투자비를 국가가 함께 분담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결국 증원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정부는 재정과 제도적 기반을 책임지고, 대학은 교육과정 혁신과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속도가 아니라 설계, 그리고 협력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증원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과 연계한 지방대 육성 정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이기정 회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단순히 몇몇 대학의 위상을 높이자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예산의 규모보다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동안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이 있었지만, 사업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첫째, 특정 거점국립대만 강화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거점국립대학교가 앵커대학이 되어 지역 사립대학, 수도권 우수 대학, 산업계와 연구기관을 함께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생태계로 가야 합니다. 


공동학위, 공동연구, 학점 교류, 인프라 공유 등을 제도적으로 촉진해 경쟁을 넘어 연대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획일적 모델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해양 등 각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통해 지역의 강점이 대학의 경쟁력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셋째, 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합니다. 


교육 지원뿐 아니라 기업 유치, 창업 생태계, 정주 여건 개선까지 연결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울대 10개'라는 숫자가 아니라, 지역 혁신 거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학을 지역 발전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할 때 지속 가능한 성과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AI가 대학 교육과 연구의 판을 바꾸고 있습니다. 


AI인재 양성을 비롯해서 앞으로 대학은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기정 회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AI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미래사회의 방향을 설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산업 구조, 노동 시장, 나아가 인간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대학의 역할과 책임은 더 무거워집니다.


첫째, 대학은 AI를 특정 학과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학문 분야와 연결하는 융합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공학은 물론이고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까지 AI와 결합하는 교육이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학생이 자신의 전공 위에 AI 역량을 얹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문학 전공자는 방대한 고전과 철학 자료를 학습한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전혀 새로운 작품과 산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언어학이나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AI 기반 맞춤형 학습 도구와 치료 지원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전공을 토대로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 대학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대학은 AI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는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합니다. 


AI의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데이터 활용, 알고리즘의 공정성,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 대한 철학적·사회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단순한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활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에서 나옵니다. 


대학은 그 인재를 길러내는 중심 기관입니다. 


저는 AI 시대의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대학이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시대입니다.


혁신과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대교협의 역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회장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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