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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브리지> "소송 남발에 2차 피해 우려"…학교폭력 대입 반영의 파장

[교육,뉴스브릿지,중등,대학,초등,고교]
김윤희 작가
작성일
25.12.29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올해 대입부터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되면서,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주요 대학들은 학폭 가해 이력이 있으면 다른 전형요소가 만점이더라도 불합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여론은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지만, 형평성과 법적 분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경수 변호사와 짚어봅니다.


어서오세요. 


올해 대입부터 학폭 기록이 입시에 굉장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이게 무관용 원칙이라는 취지였는데 또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고요?


이경수 변호사

네, 가장 결정적인 모순은 바로 '소년법' 적용을 받는 범죄 소년과의 역차별 문제입니다. 


조금 자극적으로 들리실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학교 밖에서 특수절도나, 방화, 혹은 심각한 폭행을 저질러서 법원의 소년재판을 받고 '보호처분'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학생은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요?


놀랍게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과 기록도 남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습니다. 


즉, 대학 입학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학교 안에서 친구와 다투거나 따돌림을 주도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 징계를 받은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고, 대입에서 감점을 받게 됩니다.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아이는 대학에 못 가지만 학교 폭력만 아니라면 범죄를 저지른 아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서현아 앵커

네, 이 문제가 좀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가 최근에 배우 조진웅 씨 논란으로 다시 좀 논란이 점화되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처럼 소년범들도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주면 되는 거 아니냐, 뭐 이런 의견도 나오나 봅니다.


이경수 변호사

소년법은 소년범에 대해 처벌보다는 교정과 교화를 통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역시 제1조에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을 통해 학생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요. 


두 법률 모두 교육을 통해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폭력이나 소년범 사례들이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됨에 따라 다들 너무 쉽게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년범이나 학폭 가해자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엄중하게 꾸짖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그 목적은 아이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잘못을 깨닫고, 죗값을 치른 뒤에 다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이 교육이고요.


그런데 입시에서 불이익을 줘서 상급 학교 진학을 막는다는 건, "너는 고쳐 쓸 수 없는 아이야"라고 국가가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는 국가나, 교육 기관인 학교가 교육의 이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죠.


서현아 앵커

네, 현실적인 부작용도 짚어보겠습니다. 


이렇게 대입 불이익이 강력해지면 가해 학생들은 어떻게든 고3까지는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버티게 될 텐데, 그렇다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까요?


이경수 변호사

이른바 풍선 효과라고 하죠. 


크게 두 가지 현상이 일단 우려가 되는데요.


첫째는 소송의 일상화입니다. 


예전 같으면 학교 안에서 사과하고 끝날 일도, 이제는 생기부 기록 한 줄이 대입 당락을 결정하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심판, 행정소송까지 끌고가게 될겁니다.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입시가 끝날 때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죠.


둘째는 이 제도가 학교 밖 청소년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송으로도 기록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 자퇴를 해버리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일도 늘어나게 될겁니다.


서현아 앵커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시간을 끌기 위한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짚어주셨는데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대입 불이익 조치가 강화되면 학교 폭력이 줄어들거나, 피해자에게 사과를 빨리 하지 않겠느냐 뭐 이런 취지도 있었거든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이경수 변호사

안타깝게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해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폭력을 인정하는 순간 대학 입시가 막히게 되니까 죽기 살기로 가해 사실을 부인할 수밖에 없거든요. 


오히려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될테니 결국 피해 학생은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는커녕, 수년 간 이어지는 소송 과정에서 2차, 3차 가해에 시달리게 될겁니다.


입시에 불이익이 없었다면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쉽사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피해 학생을 공격할 수밖에 없게 되는거죠. 


사실상 엄벌주의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방해하는 셈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버틴다라고 또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시간 제한 때문에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배경에는 지난 2023년에 불거진 이른바 '정순신 변호사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에 가해 학생은 서울대를 갔는데 이 피해 학생은 후유증 때문에 학업도 어려웠고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보도가 나오면서 공분을 샀거든요.


입시 연계가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하겠습니까?


이경수 변호사

입시는 입시의 논리에 따라 학생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감정에 휩쓸린 '사이다'식 처방보단 가해자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피해자와 화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겠죠. 


교육의 원칙으로 돌아가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을 실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분은 학교 안에서 생활지도와 징계를 통해 엄중하게 교육하는 방향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처분의 강도를 높이거나, 갱생 여부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가해자가 실질적으로 반성, 갱생해서 피해자와 화해할 수 있는 회복적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교육의 취지에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대입은 학생의 잠재력과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절차이지, 사법기관을 대신해 징벌을 내리는 절차가 아니거든요.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라고 해서 미래까지 볼모로 잡는 방식은 직업 선택의 자유나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폭력 처분 이후의 사정을 고려해서 학생의 갱생여부에 따라 대입에 영향을 없앨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재기할 기회를 주자는 거겠죠. 


엄중한 책임과 함께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일 겁니다.


이 학교폭력 문제에서도 회복과 갱생이라는 교육의 원칙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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