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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독] "학교 합쳤더니 교실에 활력"…체계적 지원은 과제 [학교 통폐합 5편]
- 작성일
- 25.12.26
[EBS 뉴스12]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학교 통폐합은 이제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그동안은 여러 우려 속에 논의조차 쉽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실제 통폐합을 거친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텅 비어있던 교실이 북적이기 시작하며 나타난 변화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나게 배드민턴을 치는 아이들.
코트 위엔 5, 6학년 학생 열한 명이 뒤섞여 뛰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각기 다른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입니다.
"왼쪽으로 한 번 보내줘"
인근 세 학교를 하나로 합친 이 학교는 이제 전북 부안 하서면의 유일한 초등학교가 됐습니다.
학생 수가 늘면서, 이전엔 불가능했던 단체활동도 일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유승우 6학년 /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
"피구는 원래 4명이 하면 두 명끼리 있으니까 한 명 바로 죽으면 바로 딱 한 명이 남아서 2 대 1이 되니까 이제는 '깍두기'도 넣을 수 있으니까…."
인터뷰: 방소연 5학년 /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
"반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여러 친구가 의견을 내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전에는) 일단 의견이 많이 나오지 않다 보니까 좋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EBS 취재진이 통폐합 학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응답 학생 11명 가운데 10명이 통합 전보다 토론과 체육 활동 등 수업 방식이 훨씬 다채로워졌다고 답했습니다.
교사 8명은 모두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교과 지도도 충실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통폐합된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현규 교감 /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
"학부모 만족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요. 물론 폐교되는 작은 학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마음의 상처가 있겠지만 통폐합을 하고 났더니 시설이나 환경적인 면이 굉장히 많이 좋아지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비결은 '준비된 통합'에 있었습니다.
학교는 통폐합 1년 전부터 합동 캠프와 체험 학습을 열어 아이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고,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선 학부모 의견도 세심하게 반영했습니다.
인터뷰: 고지현 교사 /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
"갑자기 아이들을 통합시킬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학부모들의 거부감이 매우 크거든요. 이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먼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전에는 각 학교의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어울려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학교를 합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논의 시작부터 무려 14년.
본격적인 준비에만 5년이 걸렸습니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를 설득하는 것부터 부지 선정과 교원 인사이동까지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지만, 체계적인 지침은 없었습니다.
교육청 담당자도 계속 바뀌면서, 절차는 지연되기 일쑤였고, 갈등 조정부터 행정 절차까지 모든 짐을 학교와 교사들이 짊어져야 했습니다.
인터뷰: 신현규 교감 /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
"교육청 실무자들이 일단은 공백이 생겼고요. 그다음에 통폐합을 하려고 했었던 교원들조차도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상황도 생겼고 학부모들을 다시 설득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고 행정적인 일들도 계속 지지부진하다 보니까 이걸 계속 추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런 고민들도 사실은 있었습니다."
늘어난 등굣길도 숙제입니다.
통학버스를 운영 중이지만, 통학 시간이 30분 넘게 길어진 학생도 생겨났습니다.
통폐합의 성과가 확인되고는 있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현장의 자구책에 기대고 있는 상황.
시설 개선과 재정 지원에 집중된 정책으로는 현실적인 우려를 충분히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작은 학교의 절박한 과제로 떠오른 통폐합이 실질적인 교육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국가 차원의 정교한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