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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실 밖 생존교양] 미·중 정상회담 이후, 세계 질서 어디로?
- 작성일
- 26.05.25
[EBS 뉴스]
이상미 앵커
학교 밖 세상을 읽는 힘을 키우는 교실 밖 생존 교양 시간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대화의 문을 열어뒀지만,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미·중 경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미·중 갈등의 뿌리는 어디에 있고, 우리 청소년들의 일상과 대한민국의 선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경기 풍산고등학교 승지홍 교사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특별히 전 세계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이번 회담은 단순히 두 나라 수장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자리를 넘어, 앞으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질서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거대한 분수령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이면에는 늘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축이 존재합니다.
얼마 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던 미국 대통령 측 스태프들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중국 측으로부터 받았던 기념 배지나 임시 출입증 같은 자잘한 물품들을 쓰레기통에 전부 버리고 타는 모습이 포착되어 보도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물품 내부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도청 장치나 해킹 칩이 심어져 있을까 봐 철저하게 경계한 겁니다.
이 살벌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에피소드가 보여주듯, 전 세계는 두 강대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고관세 폭탄이나 기술 봉쇄 같은 극단적인 충돌을 피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가이드레일을 마련할 수 있을지 숨을 죽이고 지켜봤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뚜렷한 성과나 합의 없이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이상미 앵커
네, 한때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협력해 온 사이인데요.
이 두 나라 관계가 지금처럼 경쟁 구도가 된 건 언제부터라고 봐야 할까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학교 현장에서 이 복잡한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를 '전교 1등과 2등의 이야기'로 설명하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합니다.
그동안 전교 1등을 독점하며 반장 자리를 놓치지 않던 모범생이, 자기가 쓰던 참고서도 빌려주고 공부법도 가르쳐주며 은근히 도와주던 후배가 어느새 전교 2등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와 자기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인 것이죠.
과거 1970년대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후 중국은 압도적인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소비재를 만들어내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처했고, 미국은 시장을 열어주며 상호 보완적인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돈을 많이 벌어 잘살게 되면, 우리처럼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자연스럽게 변하겠지'라는 장밋빛 환상을 가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적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세계를 이끌던 G2 시대의 서막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음에도 기존의 사회주의 일당 체제를 더욱 공고히 유지했습니다.
오히려 덩치가 커지자 '이제 내 구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내가 대장 노릇 좀 하겠다'며 첨단 기술과 군사력을 무섭게 키우기 시작한 것이죠.
1등인 미국 입장에서는 자기가 키워준 후배가 내 자리를 위협하니 불안해서 사소한 것까지 견제하게 되는 것이고, 2등인 중국은 '내 실력으로 정당하게 올라왔는데 왜 자꾸 누르냐'며 정면으로 대드는 모양새가 바로 지금 미·중 갈등의 본질이자 기원입니다.
이상미 앵커
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미·중 갈등 문제를 학교 수업시간에 어떻게 배우고 있나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고등학교 <통합사회> 과목의 '국제 사회의 갈등과 협력' 단원이나, <정치> 과목의 '국제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 단원에서 이 G2 시대와 패권 경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교과서 텍스트는 주로 '강대국 간의 역학 관계'나 '자국 우선주의의 대두' 같은 학술적이고 건조한 표현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정작 나와 연결된 생생한 현실 정치로 체감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매일 겪는 현실인 '스마트폰 부모님 관리자 앱' 비유를 들어 설명하곤 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 받았더라도 부모님이 관리자 앱으로 잠금을 걸어두면, 내가 원하는 게임이나 앱을 마음대로 다운로드받지 못해 답답하겠죠.
지금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원천 기술과 핵심 장비의 '관리자 권한'을 쥐고 중국을 향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이 "우리 허락 없이는 첨단 기술을 중국에 주지 마"라며 장벽을 치는 모습을 이렇게 설명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기술 패권이나 공급망 배제 같은 딱딱한 개념들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상미 앵커
네, 미·중 갈등은 멀리 있는 국제 뉴스처럼 보이지만, 우리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요.
청소년들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많은 분이 국제정치라고 하면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이나 대기업들의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시지만, 사실 이미 우리 청소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학생들이 요즘 용돈을 아끼려고 정말 많이 애용하는 '초저가 해외 직구 쇼핑몰'이나, 쉬는 시간마다 영상을 보며 즐겨 이용하는 '글로벌 숏폼 영상 앱'이 대표적인 중국 기반 서비스들인데요.
지금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와 데이터 유출 우려를 명분으로 이 중국계 앱들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려 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막대한 관세 폭탄을 매기려고 하고 있죠.
이러한 두 나라의 싸움이 치킨게임처럼 극단으로 치달으면, 당장 내일 아침에 매일 보며 소통하던 숏폼 영상이 한국에서도 먹통이 되거나, 직구로 저렴하게 사던 예쁜 문구류나 소품, 화장품 가격이 순식간에 뛸 수 있습니다.
나아가 중간에 낀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공급망을 통째로 바꾸고 이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 당장 우리 부모님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우리 집 수입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소비 생활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게 되는데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뷰티 스토어의 화장품 가격이나 최신 스마트폰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게 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패권 경쟁이 결국 우리 가족의 생계, 그리고 나의 소비 생활과 그대로 맞물려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상미 앵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안보와 경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은데요.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가르치고 계십니까?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학교 축제 때 인기가 가장 많은 두 동아리가 서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엔딩 무대를 하겠다고 팽팽하게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때 중간에 낀 축제 기획 부원이 성급하게 한쪽 편만 들었다간 축제 자체가 파행되거나 엉망이 되고 말겠죠.
우리 역시 미국과의 굳건한 안보 동맹도 단단히 지켜야 하지만,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감정에 치우친 맹목적인 줄 서기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취해야 할 진짜 생존 전략은 '누구도 이 축제에서 절대 뺄 수 없는, 독보적인 치트키를 쥔 대체 불가능한 핵심 스태프'가 되는 것입니다.
"저 친구 없으면 무대 영상 편집이랑 첨단 음향 장비 자체가 아예 안 돌아가!"라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대한민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나,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컬처 같은 대체 불가능한 무기를 확실하게 쥐고 영리한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대화해 보면, 무조건적인 '중국 혐오 정서'가 상당히 짙게 나타나 걱정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역사 왜곡이나 문화 공정 같은 이슈에 당당하게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감정적인 혐오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위험한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평생을 국경을 맞대고 공존해야 하는 거대한 이웃이자 시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등을 돌리기보다는, 상대를 더 냉철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저 거대한 나라를 우리 국익에 활용하고, 실력으로 당당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성적이고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상미 앵커
네, 미·중 갈등은 우리의 경제와 일상에도 영향을 주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세계의 변화를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키워나가야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