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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실 밖 생존교양] 힘의 논리가 삼킨 세계 질서…"입체적 안목 길러야"
- 작성일
- 26.03.30
[EBS 뉴스]
서현아 앵커
교실 밖 세상을 읽는 힘을 키우는 <생존 교양> 시간입니다.
전쟁과 갈등이 일상이 된 시대, 국제사회의 풍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현실주의', 즉 철저히 힘과 이익이 지배하는 이 냉혹한 질서에 대해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어떤 나침반을 쥐여줘야 할까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해버린 국제 정세를 직시하면서도 공존의 가치를 잃지 않는 법, 경기 풍산고등학교 승지홍 선생님과 짚어봅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네, 지금 뭐 새 학기 시작과 맞물려서 중동 정세가 정말 갈수록 고조가 되고 있습니다.
긴장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데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네, 새 학기라 원래 왁자지껄하고 신나야 할 시기인데, 뉴스에서 무거운 소식이 계속 들리다 보니 교실 분위기도 꽤 진지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밤하늘을 가르는 요격 미사일의 궤적이나, 자폭 드론이 폭발하며 쏟아지는 불꽃 등 전쟁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뉴스 리포트로만 듣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게임 화면처럼 생생하지만 훨씬 더 공포스러운 실상을 매일 마주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생님, 이러다 정말 큰 전쟁으로 번지는 거 아니에요?'라며 어른들 못지않게 현실적인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미국과 이란 두 나라의 갈등이 왜 이렇게 극한으로 치닫게 된 건지 학생들 눈높이에서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미국과 이란 갈등의 뿌리는 과거를 살펴봐야 하는데요.
어렵게 맺었던 '핵 합의' 약속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이란의 숨통을 조이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깊은 불신이 쌓이기 시작했죠.
문제는 이 해묵은 갈등이 최근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다는 겁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국가 수뇌부가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폭격 사실을 발표할 만큼 명백하고 직접적인 군사 공격이었죠.
결국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데다 지도자를 잃은 분노까지 폭발한 이란이, 강력한 맞불 작전으로 꺼내든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 석유가 지나가는 핵심 골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꽉 막아버리겠다고 나선 것이죠.
오랫동안 쌓인 경제적 불만에 지도자 사망이라는 충격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의 동맥을 끊어버리겠다는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로 치닫게 된 겁니다.
비록 얼마 전 이란이 비적대적인 선박에만 해협을 열어주는 '선별적 개방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요.
워낙 군사적 긴장감이 높다 보니 언제든 항로가 다시 닫힐 수 있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뭐 중동 지역의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직 끝나지가 않았고요.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현실주의', '이상주의' 두 가지의 틀을 배우게 되는데요.
지금의 국제 정세에 어떻게 접목해 볼 수 있을까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네, 고등학교 <정치와 법>, <통합사회> 과목에서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핵심 관점으로 배우는 내용인데요.
먼저 현실주의는 이기적인 인간들처럼 국가 역시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좇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를 각자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규정하죠.
반면에 이상주의는 조금 다릅니다.
국제사회에도 도덕과 법률, 제도가 존재하며, 힘의 대립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충분히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관점입니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지금의 중동 상황은 철저한 현실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국가 안보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자원 패권을 독점하기 위해 무력까지 불사하는 국가 간의 치열한 계산이 깔려 있죠.
대화나 국제법보다는 철저한 이권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학생들은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당장 우리 실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인 거죠?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이건 당장 너희들의 용돈, 그리고 우리 집 생활비랑 직결된 문제야'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중동은 전 세계 석유를 공급하는 심장 같은 곳이잖아요.
여기서 분쟁이 나서 기름값이 오르면, 물건을 만들고 배달하는 비용이 줄줄이 비싸집니다.
그럼 당장 우리 학생들이 즐겨 찾는 마라탕, 떡볶이, 햄버거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례가 최근 벌어진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입니다.
비닐의 원료인 '나프타'를 석유에서 뽑아내야 하는데, 중동 바닷길이 불안정해지니 당장 쓰레기봉투 공장들이 멈출 위기거든요.
동네 마트에서 봉투 구매를 제한할 정도로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죠.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출퇴근길 주유비가 오르는 데다 당장 쓰레기 버리는 것까지 걱정해야 하니 일상의 팍팍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이처럼 전쟁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 집 쓰레기통 비우는 문제부터 내 용돈까지 연결된 아주 현실적인 문제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렇게 전쟁이라는 사건이 워낙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이런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좀 어떻게 다뤄 접근을 하면 좋을까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교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국가를 착한 편, 나쁜 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프레임입니다.
국제정치는 흑백논리로 재단하기엔 각국의 정치적 사정과 경제적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진도 나가기 바쁜 교실에서도 짧고 굵게 할 수 있는 '같은 사건, 다른 기사 제목 비교하기' 활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사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법 도발'로, 이란 언론은 '주권 수호를 위한 정당방위'로 전혀 다르게 보도하죠.
이런 기사들을 아이들과 함께 비교해 본 뒤, 포스트잇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미국 및 이스라엘의 평범한 시민, 이란의 학생, 혹은 한국의 학부모 등 다양한 입장이 되어서 이 뉴스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을 적어 칠판에 붙여보게 하는 거죠.
역지사지로 다른 나라의 입장이 되어보는 이 활동만으로도, 우리 학생들은 편향된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뉴스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단단한 안목을 기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역지사지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그렇다면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을까요?
승지홍 교사 / 경기 풍산고등학교
먼저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가들이 왜 하필 그 땅, 그 바다를 차지하려고 싸우는지를 지리적 환경과 엮어서 아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인데요.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복잡하게 얽힌 국제 뉴스의 맥락을 쉽게 잡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도 추천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이 어떻게 또 다른 피의 보복을 낳는지를 다루고 있어서, 현재 중동의 비극적이고 씁쓸한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죠.
하지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자율동아리나 진로 활동 시간을 활용해서 친구들과 함께 '내가 제안하는 중동 평화 협정문'을 직접 작성해 보는 겁니다.
정답이 없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보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살아있는 국제정치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결국 국제 정치를 배운다는 건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생존 기술을 익히는 거겠죠.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학생들이 대화와 공존의 가치도 기억을 좀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