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능 실적 전국 56위 … 알찬 학력에 다양한 활동까지
올해 서울대 수시 1 차 합격자 15명 … 2 명은 우선선발 ‘쾌거’
논산대건고는 바람직한 고교상으로 떠오르는 학교다. 인성교육의 바탕 위에 진학실적까지 얹으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건고는 지난해 수능에서 서울 강남의 유수한 명문고들을 제치고 전국 랭킹 56위를 기록한 실력자다. 여기에 천주교재단의 지원 아래 이어온 꾸준한 전인교육은 최근 대건고의 진학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실적경쟁에 매몰되는 대신 꿋꿋하게 인성을 앞세운 전인교육을 추구해온 대건고는 올해 수시에서 인성교육 브랜드 ‘PESS ’ 와 일반 고교에서 보기 드문 졸업논문제의 운영, 250여 개의 동아리 활동에 힘입어 ‘내신 대역전극’을 써나가고 있다. 2013 수시전형에서 서울대에 15명이 1차 합격했고, 그 중 두 명은 우선선발로 최종합격을 결정지었다. 내신 4등급인 학생 세 명이 수능 최저기준 적용만을 남기고 서강대 최종합격을 기다리고 있는가 하면, 내신 6등급인 한 학생은 UNIST에 최종 합격했다. 수시 확대와 입학사정관제 실시의 본격화는 대건고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논산대건고는 재학생을 포함한 언수외 평균 2등급 비율에서 전국 고등학교 가운데 56위에 오른 실력자다. 250여 개의 동아리활동, PESS프로그램, 졸업논문제 등 다양한 활동을 더한 대건고의 교육경쟁력은 탄탄한 성적이 바탕이 되어 수시전형에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이우희 기자 woohee@veritas-a.com
충남의 숨은 강자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논산대건고는 충남의 숨은 실력자다. 충남에는 명문고가 유난히 많다.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 북일고와 자율학교인 한일고 공주사대부고를 비롯해 비평준화 일반고인 복자여고 논산대건고 천안고 북일여고 공주고 등은 모두 지난해 수능에서 언수외 평균 2등급자 비율 측면에서 전국 고교 150위 안에 자리한 학교들이다. 논산대건고는 이 가운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명문고가 즐비한 충남의 일반고 중에서는 한일고 공주사대부고 복자여고에 이어 4위를 기록했고, 전국에서는 56위에 자리했다. 대건고는 지난해 수능에서 357명이 응시해 80명(22.4%)이 언수외 평균 2등급 이상을 받은 알짜배기 실력자다. 서울 강남의 대표명문 휘문고(54위, 23.2%)보다 약간 낮고 중대부고(60위, 20.5%)나 단대부고(61위, 20.3%)에는 앞섰다. 결국 전국모집인 북일고와 한일고 공주사대부고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충남의 대표적인 ‘저평가된 우량주’인 셈이다. 남학교인 대건고는 현재 충남모집 비평준 일반고로 충남지역 남자 중학생들에게 전국모집 학교에 이은 2순위 지망 학교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진학실적도 탄탄하다. 대건고는 한 학년 8학급 240명의 소규모 학교. 적은 학생 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서울대 7명을 비롯해 연세대 7명, 고려대 12명, 한양대 11명, 성균관대 7명, 서강대 4명 등 인서울 중상위권 이상 4년제 대학에 76명이 진학했다. 그 밖에 의치한 2명, KAIST 2명, UNIST 2명, 사관학교 8명, 경찰대 1명 등의 알토란 같은 실적을 올렸다.
사정관제에 강한 학교
게다가 대건고는 최근 입학사정관제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영진 수석교사는 “정말 의도치 않게도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와 함께 대건고의 교육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건고는 오래 전부터 공부만 시키는 교육보다는 다양한 적성 탐구와 개발을 격려해왔고 최근 주요 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 확대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건고는 올해 서울대 수시에 40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15명이 1.5배수를 선발하는 1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정시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서울대 실적(7명)의 두 배 초과도 유력하다. 서울대 외에도 대건고는 통념을 뒤엎는 합격자를 수십 명 배출했다. 현재 UNIST에 대건고 재학생 네 명이 최종합격한 상태인데, 그 가운데 한 명은 내신이 6.0등급이다. 서강대로부터는 대건고 학생 12명이 1차 합격을 통보 받았으며 그 가운데 3명의 학생이 내신 4등급 이하였다. 성균관대 건축공학엔 3.9등급인 학생이, 중앙대 컴퓨터공학에는 5.5등급, 연극영화에는 7.5등급인 학생이 각 ‘내신 대역전극’을 펼쳤다.
전 선생은 “대건고 학생들은 졸업할 때가 되면 우수성입증자료가 너무 많아 자료를 추려내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며 대표적인 활동으로 ‘PESS 플래너’를 꼽았다. “대건고는 다양한 활동을 할 뿐 아니라 모든 활동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PESS 플래너’에는 명상의 시간, 집단 상담, 진로탐색, 명사초청 강의, 동아리활동, 학교행사 등 참여한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게 돼 있다. 3학년이 되면 자연히 자신의 고교생활을 담은 기록물 하나가 만들어진다.”
A부터 Z까지 공교육의 힘으로
대건고는 거의 유일한 100% ‘공교육 자립학교’라 칭할만하다. 전 선생은 “대건고는 사교육이 전혀 없다”며 “개인적으로 과외를 받는 학생은 혹시 있을지 몰라도 학교 차원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빌리는 일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사교육으로부터의 자립은 물론 논산시내에서도 외곽에 자리한 지리적인 요인에서도 기인한다.
공교육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건고의 교사들은 학생보다 열심히 배워야 했다. 2006년 논술이 대입의 주요 전형요소로 부상하자 대건고의 전 교사가 1년에 걸쳐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 논술공부를 했다. 대건고의 교사 전체가 논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배경이다.
교과교육에 있어선 자체 노하우가 충분하다. 대건고는 선진형 교과교실제 실시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극복했다. 교과교실제를 수준별 수업과 연계,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수업과 교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간 수준차가 심한 영어와 수학의 경우 심화와 보통, 기초 등 3개 반으로 나눈 ‘N+1’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한 진로 맞춤형 졸업논문제도 대건고의 자랑 가운데 하나. 학생들은 1학년 때 자신의 전공을 탐구한 뒤 2학년이 되면 졸업생 멘토의 도움으로 구체적인 논문주제를 설정한다. 1년 여의 탐구활동을 거쳐 3학년1학기에 열리는 ‘대건제’에서 논문 발표회를 갖는다. 학생들의 논문 수준은 학사논문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선생은 졸업논문제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반에서 10여 등 하던 학생이 있었다. 수행평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라고 했는데 자신의 관심분야인 ‘메카트로닉스(전기전자)’ 분야를 논문 수준으로 작성해 와 깜짝 놀랐다. 결국 그 학생은 수능으로는 지방 거점대에 갈 수준이었지만 전공지식과 열정을 평가 받아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합격했다. 대단한 이변이었다. 그 졸업생은 현재 삼성연구소에서 로봇 공학자로 일한다. 논문지도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인성교육의 대명사
대건고의 진면목은 진학실적보다는 인성교육에 있다. 대건고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으로 실력까지 끌어올려 명문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학교다. 특히 대건고가 개발한 PESS는 인성교육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진다. 아예 ‘PESS청소년교육연구소’를 세우고 홈페이지(www.pess.or.kr)까지 개설했을 정도다.
대건고는 전인교육을 내세우는 학교답게 다양한 활동을 적극 보장한다. 전 선생은 “동아리 수가 260여 개에 달한다”며 “대략 학습관련 동아리가 150개 정도로 가장 많고 스포츠 동아리가 50개, 춤이나 마술 밴드 등 다양한 개발활동 동아리가 30개, 봉사 및 단체활동 동아리가 30개 정도 된다”고 소개했다.
대건고의 동아리 운영은 학생자율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3학년 전봉훈군은 “건축에 관심이 많아 건축동아리 ‘빌드업(Build up)’을 창단해 활동했다”며 “설립 절차가 간단했고, 선생님께서는 관리만 해주시고 우리 스스로 주도해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원하는 거의 모든 동아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분야 다양한 동아리가 공존하면서 자연스런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풋살(5인 축구) 동아리만 31개에 달한다. 학생들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활용해 치르는 자체리그는 엄청나게 치열하다. 경쟁을 통해 일명 ‘동아리 명문클럽’이 탄생하기도 한다. 풋살 동아리 외에도 음악관련 동아리가 12개, 농구동아리가 10개, 봉사 동아리가 11개나 된다. 학습동아리로는 각 자연과학 63개, 사회과학 56개, 인문과학 14개, 자기주도학습 6개가 활동중이다. 전 선생은 “외고에 다니던 한 학생은 형이 대건고에서 공부는 물론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걸 보고 전학을 온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건고의 독특한 전인교육 체계는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대건고는 2000년 ‘OECD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는가 하면 2007년에는 ‘포스코 청암 교육대상’을 수상했다. 대건고가 선보인 공교육 모델은 해마다 명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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